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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무대의 공동체 향수와 그 재현의 형상화 _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_ 조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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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무대의 공동체 향수와 그 재현의 형상화”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DipFe./10월 18일~11월 5일)


조 훈 성 


  지난 달 18일부터 11월 5일까지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DipFe.)(집행위원장 복영한)가 대전 원도심 중앙로 일대의 여섯 개 소극장에서 펼쳐졌다. 대전광역시와 대전연극협회가 주최하는 이번 연극축제에서는 지역 극단의 작품뿐만 아니라, 루마니아, 일본, 프랑스, 러시아 등 해외 초청작품을 비롯해 서울 지역에서 초청한 작품들까지 총 열두 개 작품이 무대에 올려져 오래간만에 원도심 소극장 무대는 뜨거웠다.


  해외초청작 토니불란드라(루마니아)의 「오셀로」 , 러시아 팀의 「시골의사의 기록」, 햄 프로젝트(일본)의 「산타의 노래」, 벨 비아조(프랑스)의 「유르데콜」 등, 각각의 공연은 시의성만이 아니라 참신한 연출과 재미를 갖춰 ‘국제소극장축제’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데 일조했다. 여기에 질 높은 작품을 엄선해 초청했다는 국내작품은 굵직한 연극제에서 눈길을 끈 극단 걸판의 「늙은 소년들의 왕국」, 극단 웃어의 「사건발생 1980」, 연극술사 수작의 「너, 돈끼호테」 등이었다. 각 작품마다 갖고 있는 다양한 연극적 장점 요소들이 무대에 선명하게 드러나 감정 스펙트럼을 넓게 보여주고, 깊이 있는 드라마로서 충분히 울림이 있었다. 여기에 극단 홍시의 「바보아버지」, 극단 새벽의 「만리향」, 극단 드림의 「정글뉴스」, 극단 떼아뜨르 고도의 「루저들의 셰익스피어 신상털기」, 극단 토끼가 사는 달의 「Because of you」등, 지역 극단의 다채로운 작품도 더해졌다.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는 근 십년 여를 꾸준히 거듭하면서 이제 ‘국제’에 걸맞게 공연예술축제로서의 구색을 갖췄으며, 앞으로 지속 가능한 축제로서의 일정한 성장 궤도에 들어섰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축제 존속에 있어서 가장 근간이 되는 토착 극단의 공연무대의 아쉬움 내지 지역 소극장연극에 대한 미미한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그 연극축제가 일시적인 것일 수 있지만 지역 무대에 ‘활기’를 가져온 것만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착시(錯視)일 수는 있겠지만, 해외초청작이나 타 지역 유수의 작품 상연 때는 내내 객석이 거의 꽉 들이찼음을 비교해보면 지역 극단의 객석은 한산해 보이니 이러한 내 시선이 변질된 독소를 내뿜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눈길이 감정적 힐난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연극사에서 1920년대 ‘소극장’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이래, 채 백 년도 안 되는 소극장연극사에서 거창하게도 내가 무슨 지역 연극의 발전적 미래적 전망을 모색한다며 떠드는 게 부담되기도 하다. 확실한 것은 우리 지역 소극장 연극은 보다 구체적이고, 의식적이며, 예술적으로 성숙하며 연륜을 가질 시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대전국제소극장 연극축제에 출품된 지역의 작품들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더 음미하고 반성하고 연극의 목표 본질을 재확인해보자는 것이다.  
 

  대개의 드라마는 한 공동체의 균열에서 시작된다. 그 파열음을 어떻게 재현하고 있으며, 어제의 울타리에 대한 향수를 얼마나 극적으로 재현하고 형상화했느냐가 그 연극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에 출품된 작품 역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문제는 그 공동체 향수에 대한 형상화가 얼마나 값져보였느냐, 또 가상의 무대에서 한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의 방식을 양각이든 음각이든 보는 이에게 제대로 각인시켰느냐는 한 무대를 바라볼 때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할 지점인 것이다. 


  이번 연극제에 참여한 지역 극단 작품 중에서, 극단 홍시의 「바보아버지」, 극단 새벽의 「만리향」, 극단 드림의 「정글뉴스」, 극단 토끼가 사는 달의 「Because of you」등은 이러한 시선에서 한꺼번에 묶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이들 작품이 공통적으로 ‘가족’에 대한 ‘추억’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에 대한 무대는 그 진부함만큼이나 공감 가는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특히 이런 '가족 찾기'라는 극장 안의 메시지는 한 개인의 가족사 스토리텔링과는 별개로 우리 사회의 특별한 ‘화해’의 메시지로 확장 가능하다. 그 연극의 균열 지점이 바로 현재의 시점과 장소에 대한 그림자를 한 발짝 물러서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재현의 정치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러한 점에서 이들 작품은 한 가족의 서사임과 동시에 공동체 향수를 자극한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Because of you」같은 통속적 드라마도 ‘가족의 따뜻함’을 상기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이들 무대가 특별한 서사가 있는 것도 아니며 캐릭터의 인상적 분열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기에 연극이라는 형식 안에서 관람자에게 전격적인 이질화를 경험하게 하는 소격(疏隔)을 가져오지도 않는다. 이들 작품은 가족구성원 중에서 그저 ‘문제적 인간’을 만들고 그 역할 '부재'의 판단을 관객에게 쉽게 맡겨버리며, 버릴 수 없는 추억의 대상을 진열하고 '부재한 대상'의 '부정'이라기보다 '수용'을 통한 '소외'의 재발견을 하고자 한다. 여기서 관건은 과연 수용자 정서에서 과연 그 향수에 대한 감수성이 얼마나 잘 전달될 수 있었는가 하는 부분이다. 그 '소외'에 대한 발견, 무대에서 형상화된 어느 가족의 ‘일상’에서 우리는 깊이 있는 '돌아봄'을 바란다. 그러므로 그 연극의 일상의 서정은 섬세하게 쓰여야 하며. 또 몰입 가능한 정교하고 촘촘한 연출과 캐릭터의 인상적 연기 발현이 필요하다.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는 경연대회가 아니다. 하지만 그 무대의 겨루기보다 무서운 것은 지역의 연극무대가 지역 공연예술 전반을 대표하는 얼굴이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각축을 벌이고 있는 예술무대에서 지역의 예술제는 그래서 더욱 내실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소극장연극의 목표는 어쨌건, 연극의 예술성 확립, 기성 및 상업주의 연극에 대한 도전, 새로운 연극 창조를 위한 실험, 시대정신을 통한 관객과의 만남이라고 우리 모두는 배웠지 않나.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소극장연극의 심심(甚深)한 현실에서 그 본연의 의미와 목표, 생명력을 돌아보며, 외연의 확장이나 양적 팽창에 앞서 예술적 공동체의식과 창조정신의 결여에서 되새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 그 ‘균열’의 지점에서 다시 드라마는 시작될 것이다. 나는 우리의 소극장의 불빛도 그렇게 다시 켜질 것이라 믿는다.
(*)


※ 출처: 대전연극의 즐거움 http://cafe.naver.com/daejeonstage/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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