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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7.-2017 첫술프로젝트 리딩씨어터-버티는 것도 재주라면-박미애 작/이상범 연출-소극장 다함-조훈성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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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7.-2017 첫술프로젝트 리딩씨어터-버티는 것도 재주라면

-박미애 작/이상범 연출

(소극장 다함-조훈성 평)

 

   지난 5월 말, 대전문화재단에서는 청년예술가의 창작발표 및 기획활동의 폭을 넓히고 지역예술인으로서의 역량강화를 도모하기 위한 '첫술프로젝트' 공고가 있었다. 비록 지원금액이 100~300만 원 정도로 공연창작프로그램 발표의 경우, 그 활동에 있어서 미미한 지원일 수 있겠지만, 지원금 수혜 경험이 없는 젊은 기획자나 창작자에게는 전문예술인으로서 나아갈 수 있는 도모의 좋은 장이 마련된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둘 만했다.

 


  그 선정 프로그램 중에서 리딩씨어터 <버티는 것도 재주라면>(박미애 작/이상범 연출)을 관극했다. 리딩씨어터는 이제 연극 무대에 빠질 수 없는 계단이 되었고, 나는 리딩 특유의 작품 필터를 위해 나름 많이 극장을 찾아 다녔었다. 그 세트없는 '읽기'의 매력은 단지 작품 쇼케이스를 넘어서 '드라마'만의 어떤 언어적 질감을 체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을 갖고 자리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신선한 창작대본을 만날 때의 그 설렘은 작품과의 첫 데이트 같은 좀 특별한 감정이 생긴다는 점도 숨길 수가 없다. 어느 지역의 대본공모전 수상작 리딩씨어터의 자리보다도 어쩌면 이렇게 조촐한 자리에서 수줍게 만나는 그들, 쉬이 이쪽에 말을 건네지 못할 것 같은 작가와 연출자를 만난다는 것은 깨끗한 수원지에 몰래 물 한 모금 마시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어느 도시의 주공아파트를 배경으로 아파트경비원, 택배기사가 자신의 밥줄을 위협하는 유력한 용의자를 찾기 위해 뜻을 모으고, 404호 은둔형 외톨이(히끼꼬모리) 덕희를 범인으로 생각한다. 마침내 그들은 그녀의 집을 침입하는데, 이들이 얽힌 사연에서 작가의 소시민의 생활에 대한 동정과 연민이 잘 드러난다. 사실, 아파트경비원도 택배기사도 '덕희'의 이야기를 드러내주는 보조적 인물임에도 '덕희'보다 비중있게 보여주는 것은, 결국은 '오덕희'라는 인물 찾기에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전 콜센터 직원'인 덕희나 '택배기사', '경비원'까지 이 감정서비스 사회전방에 있는 이들의 소외된 노동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면서 감정노동자의 재난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사제폭탄 제작*)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아마도 그들이 처해 있는 문제, 그 해결책이란 게 전사회구성원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결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자본사회의 부산물'이 아니라 '자본사회'의 '정체'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작품에서도 잘 나타난 '소비자는 왕이다'라는 전근대적 모토가 여전히 우리 사회 감정노동자들을 은연 중에 하위적 종속적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고 있다. 이런 숨겨져 있는 가면의 시선들은 이 어느 주공아파트 주민의 생활에서도 잘 발견된다.

 


   생활을 섬세하게 관찰하면서 따뜻한 시선이 있는 대본을 발견했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 메시지가 주는 울림이 제법 있다. 그것은 바로 소외된 이들을 바라보는 '공감 능력'이 아닐까. 작가든 연출자든 애써 이야기를 치장하지 않으면서도 그 어느 발치에 있는 이들에게 덤덤하게 말 걸고, 서로를 위로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가 있고, 이 극장이 한결 더 훈훈해질 수 있었다.

 


   '첫술에 배부르랴'는 말이 있다. 겨우, 밥 한 술 떴는데, 그 밥에 온기가 느껴진다. 둘레 같이 앉아 먹을 수 있는 이들도 극장에 많이 보인다. 이것이야말로 이 첫술프로젝트 자체가 앞으로 어떤 지원을 가져가야 할 지를 말해주는 것 같다. 프로젝트 신청 제한을 보니, 나이 제한(1982.1.1.이후 출생)이 있고, 관련 전문 학과 출신에, 집행과 정산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예술인이라는 제한이 있다. 이런 인큐베이팅에 모든 지원 독소 조항이 붙은 것 같다. '지원프로젝트'에 맞게 '예술지원 프로젝트'에 대한 확대된 시선과 집행, 정산 관련 컨설던트 서비스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전폭적 활동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대사 한 줄, '그려, 오늘도 잘 버티시게'. 자꾸 곱십게 된다.

이들이든, 나든 잘 버틸 수 있는 사회였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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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게시글은 네이버 카페 [대전연극의 즐거움]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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