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olumn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축제/2017.11.5.-<사건발생1980>-극단웃어-상상아트홀-작/김한길-연출/김진욱-조훈성 평
 
2017포켓북R_12.jpg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축제/2017.11.5.-<사건발생1980>-극단웃어-상상아트홀

-작/김한길-연출/김진욱-조훈성 평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축제/2017.11.5.-<사건발생1980>-극단웃어

-상상아트홀
-작/김한길
-연출/김진욱
-출연
정애화(정자 역)
안혜경(선희 역) 
허동원(지환 역)
김동민(춘구 역)
박지선(순희 역)
김낙원(지윤 역) 
김시우(순래 역)

 

   혜화동1번지에서의 소문은 들었다. 재미있다고. 그런데, 이런 '재미'인 줄은 미처 몰랐다. 극단 이름조차도 '웃어'라니. 채플린은 ‘삶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다’라고 말했다. <사건발생 1980>, 우리는 한 가족사의 비극을 목격하고, 그 '웃음'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알게 된다.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영화<똥파리>(양익준)의 그 투박한 인물들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이 '가족'이야기는 '상처'의 '사건'들을 무척 인상적으로 연출한다. 각 배역의 스토리텔링 역시도 잘 직조되어 있으며, 시제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올가미 같은 운명적 인연을 잘 엮어놓고 있다. 오래간만에 밀도감 있는 작품을 보았다. 배역 하나 하나, 얼마나 캐릭터에 몰입했었는지 그 에너지는 고스란히 관극인에게 잘 전달되고 있으며, 덕분에 드라마는 좌중을 충분히 압도하고 있다.

   엄마 '정자'의 질곡 있는 삶은 그녀의 불구의 자녀에게 그대로 대물림된다. 선천적인 설단증을  앓고 있는 듯한 아들 ‘춘구’나 다리를 저는 ‘선희’, 큰딸 ‘지희’ 죽음에 대한 충격에 정신지체를 앓는 ‘순희’는 한 개인과 그 가족의 순탄치 않은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한’이라는 정서 속에 그 가족의 역사는 우리의 ‘근현대사’와도 연결된다. ‘1980’이라는 사건, 그것은 아들 ‘춘구’의 생년으로만 놓고 보기에는 너무 그 숫자가 강렬하게 와 닿는다. 한 불구의 가족사는 그래서 조금 더 그 세계를 확대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엄마 정자의 전 남편은 중동으로 외화벌이를 갔으나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그녀는 혀 짧은 아들 '춘구'를 데리고 재가했지만, 두 번째 남편도 잃고 혼자 힘으로 의붓 세 딸과 아들을 억척스럽게 키우게 된다. 이들 가족은 벌써 큰딸을 잃었으며, 정신지체 장애를 앓는 둘째 딸도 이 작품에서 비오는 날 집에 혼자 남겨져 있다가 뺑소니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누이 순희의 사고는 그나마 근근이 버티던 이 가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데, 그런 죄책감 속에 막내아들 춘구는 다른 누이인 선희의 약혼자 지환과의 숨겨진 인연이 드러나면서 극의 전개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 작품에서 선희의 약혼자 ‘지환’과 그의 여동생 ‘지윤’이 어떻게 ‘춘구’와 얽혀있는지, 또 ‘지환’의 비오는 날 뺑소니 사고 희생자가 ‘춘구’의 누이 ‘순희’라는 사실은 그 극적 우연성을 필연적 운명으로 만들며, 극중 인물 간 갈등을 최대한 증폭시킨다. 이 우연의 사건은 결국 종국에는 인과의 ‘보상’으로서 인물 간의 극적 ‘화해’로 갈무리 되는데, 그들 이야기의 환경은 이렇게 이미 ‘용서’로 귀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환’과 ‘지윤’의 가족은 ‘선희’와 ‘춘구’의 가족에게 거의 맹목적이다시피 ‘구원’의 손길을 내고 있으면서 ‘파탄’의 씨앗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얽히고설킨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면서, 사건의 진상이 아닌 각 인물의 심리변화를 눈여겨보게 된다. ‘춘구’가 ‘지환’ 뺑소니 사건에 대한 입막음은 불편한 진실의 둘레를 돌아보게 하면서 비극의 공유지를 복합적인 심리로서 '거리두기'하게 한다.

  ‘용서’라는 ‘봉합’, 그것은 참으로 불편하기 짝이 없는 장면이 되기도 한다. 사실, 엄마 ‘정자’의 ‘상처’는 그들의 과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가족의 상처와 상실은 외부에 의한 것이고, 남겨진 그들이 감당해야할 몫으로서의 ‘용서’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의 마주보기라고 할 수 있다.

  그 가족의 ‘연민’이라는 시선 속에, 이 비극적 운명의 드라마는 그저 그럴 수밖에 없다는 운명의 순응이라는, '생존'이라는 남은 자의 숙명 앞에 굴복하고 마는 것 같아, 나는 고독하고, 또 고독하며 이 ‘희망’이라는 존재에 더욱 비애감을 갖게 된다. 그런 무기력함 앞에 ‘춘구’는 다시 자신의 엄마 ‘정자’의 삶을 떠안게 되는데 이 장면은 ‘해원’의 궁극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단가며, 독경이며, 부질없는 삶, 이생에 대해 재수소원이나 들어나 주고밖에. 이 연극의 ‘들음’은 그렇다. 속절없이 가버릴 삶에 그저 낙엽을 밟으며 감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건발생_01.jpg

사건발생_02.jpg

 ※ 본 게시글은 네이버 카페 [대전연극의 즐거움]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마당극으로 재탄생한 [경로당 폰팅사건] _ 마당극단 좋다 소극장 커…
마당극으로 재탄생한 [경로당 폰팅사건] _ 마당극단 좋다 소극장 커…
    마당극으로 재탄생한 [경로당 폰팅사건] _ 마당극단 좋다 소극장 커튼콜   시종일관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메세지를 담으면서도유머와 풍자로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워낙 뛰어 난 스토리의 희곡이라 …
제1회 대전청년연극제-대전청년실험극장–병자삼인
제1회 대전청년연극제-대전청년실험극장–병자삼인
2017 제1회 대전청년연극제-대전청년실험극장 <병자삼인> -이주영 연출-2017.12.8.-소극장마당 -작 : 조중환 100년 전 작품을 가지고 왔다면, 다시 창호지를 바르든 뜯든 했어야 했다. 소극(素劇)을 딱 소극만큼한 사이…
닉네임 뤼시스트라테(원제 : 뤼시스트라테) _ 조훈성
닉네임 뤼시스트라테(원제 : 뤼시스트라테) _ 조훈성
2017 제1회 대전청년연극제 - 대전 청년 실험극장 - 닉네임 뤼시스트라테(원제 : 뤼시스트라테) - 정선호 연출-2017. 12.7.-소극장고도 2017년 제1회 대전청년연극제 대전청년실험극장 작품 중에서 <닉네임 뤼시스트라테: …
연극 무대의 공동체 향수와 그 재현의 형상화 _ 제8회 대전국제소극…
연극 무대의 공동체 향수와 그 재현의 형상화 _ 제8회 대전국제소극…
“연극 무대의 공동체 향수와 그 재현의 형상화”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DipFe./10월 18일~11월 5일) 조 훈 성    지난 달 18일부터 11월 5일까지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DipFe.)(집행위원장 복영한…
2017.11.17.-2017 첫술프로젝트 리딩씨어터-버티는 것도 재주라면-박미…
2017.11.17.-2017 첫술프로젝트 리딩씨어터-버티는 것도 재주라면-박미…
  2017.11.17.-2017 첫술프로젝트 리딩씨어터-버티는 것도 재주라면 -박미애 작/이상범 연출 (소극장 다함-조훈성 평)      지난 5월 말, 대전문화재단에서는 청년예술가의 창작발표 및 기획활동의 폭을 넓히고 지…
극단 빈들 10주년 기념 [봄날은 간다](부제:늙은 과부들의 수다) 극단…
극단 빈들 10주년 기념 [봄날은 간다](부제:늙은 과부들의 수다) 극단…
  극단 빈들 10주년 기념 [봄날은 간다](부제:늙은 과부들의 수다) 극단 빈들 (상상아트홀 / 글쓴이: 열린가능성)   구수하고 찰진 사투리, 그리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과부들의 수다와 사연으로 올드하지만 강력한…
죽음과 삶의 위대한 조화, 연극 [사건발생 1980] _ 폭도
죽음과 삶의 위대한 조화, 연극 [사건발생 1980] _ 폭도
  [리뷰] 죽음과 삶의 위대한 조화, 연극 [사건발생 1980] (글쓴이 : 폭도)   연극의 무대에는 양 옆으로 벛꽃이 활짝 핀 길이 화사하게 놓여져 있다.   아이러니하게 연극속에서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은 이미 죽은 사…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축제/2017.11.3.-Because of you-극단 토끼가 사는 달-…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축제/2017.11.3.-Because of you-극단 토끼가 사는 달-…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축제/2017.11.3.-Because of you -극단 토끼가 사는 달-소극장 마당 -작연출/유나영-조훈성 평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축제/2017.11.3.-Because of you  -극단 토끼가 사는 달  -작연출/유나영   …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축제/2017.11.5.-<사건발생1980>-극단웃어-상…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축제/2017.11.5.-<사건발생1980>-극단웃어-상…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축제/2017.11.5.-<사건발생1980>-극단웃어-상상아트홀 -작/김한길-연출/김진욱-조훈성 평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축제/2017.11.5.-<사건발생1980>-극단웃어 -상상아트홀 -작/김한길 -연출/김…
극단 고도의 <루저들의 세익스피어 신상털기>를 보고 _ 딱정벌…
극단 고도의 <루저들의 세익스피어 신상털기>를 보고 _ 딱정벌…
극단 고도의 <루저들의 세익스피어 신상털기>를 보고 _ 딱정벌레 연극의 시작은 라디오헤드의 노래 ‘creep’이다. 루저의 고백부터 시작인 셈이다.   하지만 난 별 볼일 없지, 난 이상한 놈이지 내가 지금 여기서 …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축제/2017.11.2.-루저들의셰익스피어신상털기-극…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축제/2017.11.2.-루저들의셰익스피어신상털기-극…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축제/2017.11.2.-<루저들의셰익스피어신상털기>-극단떼아뜨르고도 -소극장고도-각색연출/권영국-출연/김석규,서준석,김태욱   <루저들의 셰익스피어신상털기>, 젊은 배우 세 명의 이름…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축제/2017.11.1.-시골의사의 기록-러시아초청팀-…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축제/2017.11.1.-시골의사의 기록-러시아초청팀-…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축제/2017.11.1.-시골의사의 기록-러시아초청팀   -소극장커튼콜-작/엘레나 이사예바-연출/안드레이 꼬레오노프-출연/ 바실리 레우또프 /스베뜰라나 바가노바/막심 빠호모프     <시골…
비극적이지만 절망적이지는 않은 연극 '시골의사의 기록'을 …
비극적이지만 절망적이지는 않은 연극 '시골의사의 기록'을 …
연극 '시골의사의 기록'은 예정 시간보다 조금 늦게 시작하였다. 당연히 처음에는 조금은 불쾌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너무나 연극적인 연극 한 편을 보고 난 후에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
[시골의사의 기록], 진실과 진심의 힘으로 똘똘 뭉친 연극! _ 고모와 …
[시골의사의 기록], 진실과 진심의 힘으로 똘똘 뭉친 연극! _ 고모와 …
[시골의사의 기록], 진실과 진심의 힘으로 똘똘 뭉친 연극! _ 고모와 이모 _ 러시아 공연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솔직히 러시아 배우가 러시아어로 러시아 작품을 공연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여러가지 이유로, <시골의…
[시골의사의 기록], [유르데콜]을 보고 _ 딱정벌레
[시골의사의 기록], [유르데콜]을 보고 _ 딱정벌레
<시골의사의 기록>,<유르데콜>을 보고   2017년 국제 소극장축제에서 공연된 연극들은 <연극과 사회>에 대한 관계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공연물이 많았다. <늙은 소년들의 왕국>, <유루데콜>, <…
 1  2  

스페셜스페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