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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고도의 <루저들의 세익스피어 신상털기>를 보고 _ 딱정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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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고도의 <루저들의 세익스피어 신상털기>를 보고 _ 딱정벌레


연극의 시작은 라디오헤드의 노래 ‘creep’이다. 루저의 고백부터 시작인 셈이다.

 

하지만 난 별 볼일 없지, 난 이상한 놈이지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려고 하는거지?

난 여기에 어울리지 않아

.........

넌 너무 특별해

나도 내가 특별했으면 해

하지만 난 별 볼일 없지, 난 이상한 놈이지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려고 하는거지?

난 여기에 어울리지 않아

난 여기에 어울리지 않아

 

 

세명의 배우들을 통해서 재미있게, 세익스피어 여러 작품을 터는(?) 공연이었다.

초반에는 루저들이 왜 세익스피어의 책을 성서처럼 들고나와 이 난장을 펼치는 것일까 궁금했다. 일단 그들은 세익스피어라는 굳건한 텍스트를 놓고 싹뚝 싹뚝 지루한 건 자르고, 싹뚝 싹뚝 심오한 것도 잘라낸다. 갈아치울 것은 싹 갈아치우고, 해체할 때 그것의 의미가 여의치 않다싶으면 다른 종의 의족(義足)이라고 갖다 붙이는 용감함을 보인다.

무당벌레의 나비 날개를 붙이고 네 개의 다리를 붙여나가는 식이다.

 

오래전부터 고도의 권영국 연출 작업은 <다르게 보기>와 <속도감>에 집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극 전개에 숨차하던 관객들도 속도감 있는 연출 방식에 금방 적응하고 이 스타일은 극단 고도에 대한 전형적인 기대로 바뀌었다.

젊은 층이 많을수록, 연극의 규칙이나 오랜 관습에 익숙한 관객일수록 이 색다른 스타일과 다소 파괴적인 해체를 즐겁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질서를 기대하게 된다.

 

영국 연극에 백제와 신라의 대치 상황이 나오고, 단군이 나오고 힙합이 느닷없이 나오거나, 럭비 선수를 통한 왕관 탈취 장면이 등장하고, 라면 냄비가 왕관이었다가 술잔이 되는 것은 권영국 연출의 자주 보이는 특징중 하나이다. 그럴 때마다 <그래, 이 집에 가면 이 맛이다!>라고 반갑게 웃는다.

 

하지만, 아쉬움과 몇 개의 질문이 남았다. 세 명의 배우들은 연극의 많은 부분을 가면을 쓰고 바쁘게 연기했다. 빠른 전개에 가면착용과 오브제가 왜 그토록 많이 필요했을까?

가면을 쓸수록 세익스피어는 잘 보이지 않고, 작품 세익스피어 겉내용만 속절없이 털린다.

프로이드를 무리하게 끌고 나온것도 이 한계를 알기 때문이지도 모른다. 글자의 쉼표와 마침표를 털어야 제대로 털리기 때문이다. 세익스피어 인물들의 무의식과 욕망을 말하고 싶었다면, 그 장면 정도는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했다. 이드, 에고, 초자아를 다룬 <may be, may be not> 장면은 그런 의미에서 미완이지만 중요했다.

 

코메디와 경박함과 창조성의 경계는 무엇인가?

creep으로 시작한 루저들의 공연은 비틀즈의 let it be 노래로서 끝이 난다.

<그냥 내버려 둬, 그냥 순리에 맡기라고...>


 ※ 본 게시글은 네이버 카페 [대전연극의 즐거움]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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