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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축제/2017.10.21.「늙은소년들의왕국」(극단 걸판) –우금치별별마당-작.연출/오세혁-조훈성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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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대전국제소극장축제/2017.10.21.
극단 걸판,「늙은 소년들의 왕국」- 별별마당 우금치
    
작.연출-오세혁
협력연출,프로듀싱-최현미
조연출-정철
작편곡-박기태
조명디자인-김성관
출연진-권겸민,유원경,김재경,최현미,김성관,조흠,지하,신정은,서대흥,김수웅,조혜령


촌극(寸劇), 걸판의 작품들을 볼 때면 이런 ‘촌극’에 대한 재능에 대해 새삼 감탄하게 된다. 소극(笑劇)의 연속극을 잇다보면 결코 짧은 길이의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재담(才談)의 ‘퇴적암’이 어느 순간 붕괴되면서 마치 싱크홀(sink hole)에 빠져 다른 차원의 지름길을 가로지른듯한 속도감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 연극의 희비는 무엇보다 고전적 연극의 엄숙함을 통쾌하게 부셔버리는 것에 대한 수용의 태도에 따라 갈리게 된다. 이들의 매너는 광대의 사설에 흠씬 빠져들어 외줄의 아슬아슬한 경계의 위험을 망각하게 하는데, 기존의 고형을 거침없는 파동으로서 금세 기천 년의 억눌린 금기를 깨뜨려줄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한다.

누군가는 이들을 소인극(素人劇)의 수준에서 올라서지 못하는, 아마추어적 연극집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전의 독서에 대한 기존의 수용태도와도 한참 거리가 먼 이들은, 마음껏 통속 연극의 엄숙성을 조롱하고 풍습에서 벗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그들만의 새로운 형태의 비극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니체의 『비극의 탄생』에서 그리스인들의 낙천적인 ‘명랑성’에 대한 의문을 달았던 것처럼 나 역시, 이들 연극의 충동질에서 껍데기를 걷어, 연관시켜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그것의 가장 깊은 의미를 거의 간파했다고 믿는 어떤 비유의 형상만이 우리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고 여기며, 그 뒤에 있는 근원적 형상을 인식하기 위하여 그 장막과 같은 비유의 형상이 걷히기를 원했다. 형상이 아무리 밝고 명료해도, 그것은 우리를 충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무엇인가를 개시(開示)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은폐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중략)
-『비극의 탄생』 (아카넷, 2014. 282쪽)중에서
   
 
아마도 비평적 취향에서 관객이 된다는 것은 앞의 무대에 대한 이러한 갈증이 해소되길 바라는 것일 것이다. 이들이 완성한 연극 「늙은 소년들의 왕국」은 모순적으로 ‘완성된 연극’이 아니다. 극중 인물을 어떤 세계에 데려다놓았느냐에 따라 그 인물의 독백과 음악 사이에서 작용하는 예정된 조화가 달라진다. 이로 인하여 이 연극의 세계는 끊임없이 유동 가능해지면서 일반 언어연극이 갖지 못한 선명한 메시지의 가시성을 갖게 된다.
   
 
무대 위의 전형적인 부랑자들조차 생생한 인물이 되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한 줄기 선율이 되어서 우리 앞에서 하나의 선명한 곡선으로 단순화된다.’(니체, 앞의 책, 260쪽 인용.) 그리고 이러한 인물의 선들은 사건의 진행과 미묘하게 얽히고 교체되면서 몽상계와 현실계의 넘나듦이 가능해진다. 우리는 이러한 극적 반전에서 바로 관계의 변화를 제대로 형상화하고자 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가상현실의 관조에서 얻어지는 명랑함에 고취된다. 결국 이 연극은 추상적인 방식이 아니라, 감각적이고 직관적 방식으로 그 메시지를 전하고 우리는 이들의 배후에 대한 폭로에 대한 명료함에 이를 직접적으로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극중 인물의 본질은 ‘왕국을 잃어버린’ 리어와 ‘왕국을 찾아’ 모험하는 돈키호테는 결국 ‘왕국’ 만들기라는 목적에 돌진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이는 이 연극의 목적이 ‘늙은’, ‘리어’와 ‘돈키호테’의 ‘순수’가 아니라 ‘소년’과 ‘부랑자’의 ‘변신’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사실은 관극하는 이들에게 수많은 화음의 울림으로 변조되며 이로써 연극은 희.비극이 병존하는 현실에서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닌 ‘당사자 되기’를 전이시키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늙은 소년들의 왕국」 독백에 대한 인상으로, 겨우 『리어』 3막 2장의 독백을 옮기며 열기로 대사를 뱉어본다.
   
 
바람아 불어라, 나의 뺨이 찢어지도록! 격노하라, 불어라! 폭포야, 태풍아, 뾰족한 첨탑을 흠뻑 적시고, 탑 위 바람개비 수탉이 물속에 잠길 때까지 솟아 나와라! 생각이 떠오르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유황불이여, 참나무를 쪼개는 벼락에 앞서 번쩍이는 번개여, 내 흰 머리털을 태워라! 천지를 진동시키는 그대 천둥이여, 두껍고 둥그런 이 세상을 세게 때려 납작하게 만들고, 자연의 원판(原板)을 깨뜨려 배은망덕한 자를 만드는 모든 씨앗(種)을 당장 쏟아버려라!
   
 
決起.
결연히 일어나는 백성을 본다.


조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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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네이버 카페 [대전연극의 즐거움]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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